말타보카
말(Horse)은 당신을 비추는 거울 본문
목차(Contents)
들어가며

승마를 하다 보면 우리는 끊임없이 기술적인 완성도를 추구합니다. "부조가 정확했나?", "자세가 바른가?"를 고민하죠. 하지만 진정한 고전 마술(Classical Dressage)의 정수는 기술 그 이전에 '마음가짐'과 '교감'에 있습니다.
오늘은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말과의 놀라운 교감을 보여준 전설적인 기승자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진정한 승마'의 의미를 소개하려 합니다.
출처: https://youtu.be/Fq-R0GgXviA?si=JvLuFiu8Z8KwIW5q
1. 힘으로 제압하지 않는 용기: 의족을 한 기승자
영국의 유서 깊은 여우 사냥(Fox Hunt) 클럽에 '로드 크로(Lord Craw)'라는 귀족이 있었습니다. 그는 전쟁 중 두 다리를 잃어 의족을 착용하고 있었지만, 거친 지형을 질주하는 사냥에서 말과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었습니다.
보통 사냥터의 말들은 흥분하여 제어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한 부인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당신의 말은 그토록 차분한가요? 우리 말들은 통제가 안 되는데요."
그의 대답은 충격적이면서도 승마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습니다.
"부인, 만약 말이 뛰쳐나간다면 저는 말을 멈출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리에 힘을 줄 수 없었던 그는 물리적인 힘으로 말을 제어하는 것을 애초에 포기했습니다. 대신 말이 스스로 안정감을 찾도록 신뢰를 구축했고, 그 '놓아버림'이 오히려 가장 완벽한 제어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2. 말은 주인의 성격을 닮는다: 휠체어의 조련사
또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은 프랑스의 스턴트맨 출신 조련사 '베르나르 삭스(Bernard Sax)'입니다. 사고로 척추가 부러져 휠체어를 타게 된 그는, 거칠기로 소문난 루시타노 종마들을 휠체어에 앉아 조련했습니다.
그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그가 안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말은 그 마방의 문화를 따라갑니다. 당신이 거칠고 '핫'한 말을 원하면 말은 그렇게 될 것이고, 당신이 차분함과 공감을 원하면 말은 당신에게 공감할 것입니다."
즉, '나는 말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내가 말 위에서 자존심(Ego)을 내세우면 말도 고집을 부리지만, 내가 겸손하고 차분하면 말도 그 에너지를 그대로 반사합니다.
3. 말은 '털 달린 거울(Hairy Mirror)'이다
우리는 흔히 승마가 잘 안 될 때 "이 말이 문제야"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말은 우리의 내면을 비추는 가장 정직한 거울입니다. 기승자가 긴장하여 숨을 참고 있다면, 말도 함께 긴장합니다. 기승자의 마음이 무거우면, 말의 움직임도 무거워집니다.
진정한 '가벼움(Lightness)'은 손끝의 기술이 아니라 기승자의 가벼운 마음(Light-heartedness)에서 나옵니다.
승마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자책하거나 말 탓을 하기보다는, 문장을 "나(I)"로 시작해 보세요.
- "이 말이 긴장했어" (X)
- → "나(I)는 지금 말을 긴장시키고 있어. 나(I)는 숨을 쉬지 않고 있어." (O)
4. 완벽함보다는 '즐거움'을 찾아서
이 대담의 화자는 완벽한 '숄더인(Shoulder-in, 어깨 안으로)' 동작을 수행하는 데 24년이 걸렸다고 고백합니다. 24년 만에 처음으로 10점짜리 느낌을 받았지만, 그 전의 8.5점짜리 순간들도 충분히 가치 있고 즐거웠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너무 자주 '정확성'이라는 강박에 갇혀 승마의 본질인 '즐거움'을 잊곤 합니다. 고대 유목민들이 처음 말을 탔을 때, 그들은 화려한 마장마술 점수를 따기 위해 말을 타지 않았습니다. 그저 삶의 일부로서 말과 함께했습니다.
실수는 배움의 창문입니다. 자신을 심판(Judge)하지 말고, 그저 상황을 평가(Evaluate)하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말과 함께하는 그 시간을 즐기세요(Good crack).
나가며
말의 리드미컬한 움직임은 사람에게 '옥시토신'을 분비하게 합니다. 이는 소통과 행복의 호르몬입니다. 말이 주는 이 치유의 힘은 자폐 아동이 말문을 트게 할 정도로 강력합니다.
현대의 승마가 어린 말들을 혹사시키고 경쟁에만 몰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는 승마를 통해 인간성을 회복하고, 겸손을 배우며, 말이라는 생명체와 깊은 교감을 나누는 본질로 돌아가야 합니다.
오늘 기승할 때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나는 지금 이 모험을 즐기고 있는가? 나의 마음은 가벼운가?"
여러분과 함께 지내는 말이 여러분의 마음을 비추는 아름다운 거울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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