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타보카
고대 그리스의 말 조련법, 크세노폰의 『On Horsemanship』을 읽고 본문
목차(Contents)
들어가며
"좋은 말은 타는 이의 생명을 지켜준다."
이 말 한마디로 크세노폰(Xenophon)의 『On Horsemanship』은 시작됩니다.
이 책은 말의 구매부터 관리, 조련, 전투 훈련까지, 고대 기마인이 알아야 할 전방위적인 조언을 담고 있죠.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지혜가 넘쳐나는 이 고전 속 핵심 내용을 함께 정리해 봅니다.
📚 참고 자료
- 『On Horsemanship』 by Xenophon, Project Gutenberg (eBook #1176)
- 번역 및 해설: Henry Graham Dakyns
- 프로젝트 구텐베르크 e북 링크
1. 크세노폰(Xenophon)은 누구인가
크세노폰(Xenophon, 기원전 431년 ~ 354년)은 고대 아테네 출신의 철학자, 군인, 작가예요. 소크라테스의 제자이자 『아나바시스(Anabasis)』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죠. 아테네에서 추방된 후 스파르타와 함께 원정에 참여했고, 말과 전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저술을 남겼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On Horsemanship』은 그가 남긴 말 훈련 지침서로, 단순히 전쟁을 위한 승마를 넘어 말의 삶 전체를 존중하는 관점을 보여주는 진정한 고전입니다.
2. 좋은 말을 고르는 법: 말은 발굽에서 시작된다
크세노폰은 말의 성격이나 움직임보다는 몸의 구조, 특히 발굽부터 살펴보라고 조언해요.
- 발굽은 두껍고 높을수록 좋아요: 얇고 평평한 발굽은 쉽게 손상되어 전투나 장거리 이동에 부적합하다고 보았죠.
- 다리는 염소처럼 뻣뻣하지 않고, 무릎이 유연해야 해요: 충격을 잘 흡수하고 지구력이 강한 말일수록 유연성을 지녔다고 강조했습니다.
- 목은 위로 뻗고, 머리는 작고 뼈가 드러난 것이 좋아요: 시야 확보는 물론, 기수가 쉽게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선호했죠.
이처럼 기초 골격과 자세를 중시하는 시선은 오늘날의 수의학적 평가 기준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3. 조련의 시작은 '사람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부터
크세노폰은 말이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기쁘게 여기게 하는 훈련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해요.
- 사람과 있으면 먹을 수 있고, 외롭고 불쾌할 땐 혼자 있게 해요: 인간의 존재를 긍정적인 감정과 연관시켜야 한다고 보았죠.
- 사람의 손길에 익숙해져야 해요: 긁어주고 쓰다듬는 부위는 말이 직접 만질 수 없는 등과 목 주위가 효과적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이는 현대의 긍정 강화 훈련 기법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으로, 말과의 정서적 연결 형성을 위한 기반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4. 훈련된 말 고르기: 단순한 기술 이상의 것
훈련된 말을 구매할 때 크세노폰은 다음을 점검하라고 조언해요.
- 재갈이 입에 잘 물리는지
- 기수가 올라탈 때 얌전한지
- 다른 말과 잘 떨어지는지
- 달리기, 방향 전환, 급정지 등에 잘 반응하는지
그러나 크세노폰은 단호히 말합니다. “기본적으로 기초가 좋고, 성격이 나쁘지 않은 말이라면 훈련으로 얼마든지 나아질 수 있다.” 그의 말에는 '성장 가능성'을 보는 안목이 녹아 있어요.
5. 마방과 일상 관리: 말의 건강은 발에서부터
- 바닥은 단단한 자갈로 깔아 발굽을 튼튼하게 해요: 발굽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했죠.
- 말의 먹이를 흘리는지 관찰해요: 이는 질병, 과로, 혹은 소화 문제의 징후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 과도한 씻김은 피해요: 특히 다리와 배는 너무 깨끗이 하려다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어요.
마치 사람의 체력 관리와 다르지 않은 철저한 관리가 돋보입니다.
6. 승마 자세와 조화로운 움직임
- 의자에 앉듯이 앉지 말고, 선 자세에서 무릎만 구부린 자세로 안장에 앉아야 해요.
- 고삐는 너무 당기지도, 느슨하지도 않게 해야 합니다.
- 내리막에서는 뒤로 기대고, 도약 전에는 고삐를 느슨히 해 말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말아야 해요.
크세노폰은 기수의 몸이 말의 리듬에 맞추어 움직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단순한 탈것이 아닌 파트너로서의 말에 대한 깊은 존중이 묻어납니다.
7. 가장 아름다운 말: 자발적으로 춤추는 말
그는 말이 스스로 머리를 치켜들고, 목을 곡선으로 말고, 탄력 있게 움직이는 순간을 최고의 찬사로 표현합니다. 그런 모습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강요가 아닌 유도예요.
“말이 기쁘게 스스로 움직일 때, 보는 이의 시선을 붙잡고 감탄을 자아낸다.”
현대의 드레사지(dressage) 훈련 철학과도 통하는 부분이죠.
8. 기병을 위한 말: 실용성과 미학의 균형
말의 갑옷, 기수의 방어구, 무기 사용법까지 상세하게 다룹니다. 특히 **창 대신 두 개의 짧은 창(투창)**을 권하는 부분은 기동성과 활용도를 고려한 실용적인 조언이에요. 전쟁 말의 단단함과 아름다움을 모두 갖추도록 한 그의 조언은, 단순한 군사적 목적을 넘어 말과의 일체감을 전제로 합니다.
마치며
크세노폰의 『On Horsemanship』은 저에게 단순한 말 조련서 그 이상이었어요. 그는 인간과 말이 어떻게 상호작용해야 하는지, 폭력 없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아름다움과 실용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이야기하죠.
“무엇이든 강제로 시키면 아름답지 않다. 말이 스스로 해내게 해야 한다.” – 크세노폰
2,400년 전의 책인데도, 오늘을 사는 저에게도 여전히 살아있는 조언이라고 느꼈습니다. 말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이 고전 중의 고전을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강력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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